어느 날 문득
밤하늘에 별처럼 촘촘했던 기억들이
쓰러진 것을 알았을 때
그 당혹감이란....
어느 날 문득
하늘을 알아야 하는 세월이 다가왔음을
말하는 새소리를 들었을 때
그 당혹감이란
그것도 태평양으로 먼저 떠난
아들놈이 빛바래가는 가을 햇살에 실어 보낸 말이라니....
검은 고양이 흰 고양이가
만리장성을 넘어
뒷동산에 살아있는 것들을 수색하는 동안
드문 새소리 되어
흩어지는 바람 되어
그렇게 쓰러지는 것을
하늘이라니
아니 태평양이 뇌리에서 깜빡잠이라도 들 때가 있었단 말인가
벌판의 노랑과 초록이 황홀을 토할 때
가을 햇살은 멀리 길 떠날 채비를 한다
태평양 구석구석까지
내게도 한 톨 수정구슬로 떨궈 주는
그 소식이 하늘이라니
나 천민자본주의 조국에서
평범하게 살고자하는 겁 없는 오기가
얼마나 가혹한 형벌을 초래하는지
무릎 휘청 꺽여
뼈 속 숭숭한 골수로 토하는데
하늘이라니
두 해
회한과
쏟아져 나오는 그 무수한 것들
뒤엉킨 무게에 잠시 신경이 끊어진 모양이다
한여름 내
그렇게 따가운 햇살로 얘기했고
태풍에 실어 그렇게 격하게 얘기했건만
미안하다
아둔한 나는 모든 게 쓰러지기 시작해야만
그때야 비로소 눈이 열리나 보다
비로소 자각의 병뚜껑이 열리나 보다
자본주의 식민지에 사는 원주민인 주제에
평범하게 살고자 했던
대책 없는 세계관은
이 밤 하얗게 형벌로 내리고
사람 사는 세상이라고 명패 달아주었더니
죽어서까지 팔아먹는 놈도 있는데
정작 명패 만들어준 나는
어금니에 힘을 주니 눈에 실핏줄이 붉어진다
세상은 그런 모양이다
이게 하늘인가
다시 회의 한다
네가 보내준 하늘
이런 게 아닐 텐데
겁 없이 팔 걷어 부쳤던 나는
아직도 분기탱천한데
곳간 열쇠 쥔 놈들
모두 주위만 쓸다 가버렸다
곳간은 서생원에게 넘긴 채
그러고도 자기들이 억울해한다
열쇠는 잊어버린 채
고맙다 그래도 햇살에 감아 보낸 말
그래도 바람에 말아 보낸 말
평범하게 욕심 없이
라는 그 평범한 욕심이
노자 장자의 욕망이 되어야 하는
이 뒤엉킨 조국에서
네 얘기 다 듣고도
또 나는 하늘은 본다
그 하늘이 네가 말한 하늘이냐
내가 보는 하늘이냐
올려다보는 하늘
은방울꽃처럼 별이 초롱초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