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먹은 솜처럼 무거워진 것은
내 몸이 아니라 세상이었나 보다
오늘따라 하늘
종일 물기 축축하더니만
곤하여 비루한 몸 누이니
기어이 비로 내리고 마는 구나
지구 자전 공전의 진동에도 예민해진 신경세포
오늘도 기어이 몸을 일으키게 만드는구나
지금은 새벽 네시 하고도 십분
귓전을 때리던 빗줄기 때문에
해를 거듭해도 누그러지지 않는 날카로움은
두어 시간 하늘과 먼 우주로 또 너를 찾아 헤맨다.
태재야,
오늘에사 예전의 뉴스를 더듬어 보았다.
2년이란 세월이 다가오는데....
그쳤던 비가 다시 내리더구나
내 맘 황량하여 가슴에도
묻지 못한 이 못난 애비는
새벽 추적거리는 비에
못난 몸과 마음 숨길 수밖에
할아버지가 몰래 가져다 놓은 쇠주 한 병
몇 날을 뒹굴더니
오늘은 말갛게 몸을 비웠다.
때 이른 이 비 때문에
마른하늘 굳이 원망도 않았건만
오늘은 그냥 비가 끊임없이 내린다
거의 2년 동안 넋 놓은 것 말곤 한 것이 없어
삐죽삐죽한 요 털고 앉으니
반가운 빗소리 오랜 친구처럼
부드러운 습기에 칼칼한 목부터 축이고 나서
거의 매일 찾았던 너를 새삼 찾았다
비로소 지나간 방송, 기사 뒤적이다
추모게시판에서 항상 보았던
철환쌤, 누리, 정훈이도 보았다.
또다시 며칠 마른하늘 속죄라도 하듯 비가 내린다
철환쌤,
누리
정훈아
이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말, ‘미안합니다. 미안하구나’
우리말의 한계인지 내 어휘력의 한계인지
뻔히 아는 대답도 흐려지는 이 시간
하늘도 그냥 고맙게 하염없이 비를 내려준다
발자국 끊어져
어둠내리고 비 내리는 지금 진우도엔
너희들이 쌤과 같이 놀았던 그날 밤처럼
도둑게들 사방에 활개 치고 있을테지
오늘도 뉴스엔 너희들 배낭이 나오고
건조한 기사 읽어대던 그 기자들 나오고
종내 그날 내리던 비마져 내리더구나
춥지는 않았더냐 이놈들아
진우도 숲을 깡그리 태워서라도
따슨 열기 주고프다만
오르는 건 시린 새벽에 퍼부은 쐬주 뿐임에랴
메케한 연기나마 화톳불 삼아
너희들에게 호~, 호~ 불어주고픈데
후~하니
뿜어져 나오는 건
열기 없는 마른 입김뿐이라
미안하다
태재야
누리야
정훈아
죄송합니다
철환쌤
부디 하늘에선
이슬은 웃음되고
무지개 손짓되는
그런 삶
그런 세상 사소서
합장!
철환쌤
태재야
누리야
정훈아
여기도 지금
아-
하늘이 열리고 있네